배경

<aside> 💡

시나리오를 시작하기 전에….

</aside>


100년 전 한 소녀가 죽음의 문턱에서 이 주문을 얻은 뒤,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하기 위해 여러 사람의 몸을 옮겨 다니며 살게 되었습니다. 그 소녀가 ‘줄리엣’이고, 그가 사랑한 사람이 ‘로미오’입니다. 비극적으로 죽은 연인의 사랑 이야기는 누구나 좋아하고 영원히 회자되므로, 이야기 속에서 죽음으로 결말을 지어 두면 현실에서는 아무도 두 사람의 정체를 캐지 않습니다. 줄리엣은 그 이름 뒤에 숨어 영원을 살아왔습니다.

이 100년의 이야기는 실제 뉴욕의 미제 사건들과 맞물려 있습니다. 시대와 지명이 실제와 어긋나지 않도록 아래 사실관계를 지켜 사용하시기를 권하며, 실제 피해자를 소재로 삼는 만큼 희화화하지 않는 선에서 다루기를 권합니다. 줄리엣이 처음 주문을 사용한 배경은 1920년 9월 16일의 월스트리트 폭탄 테러였습니다. 맨해튼 금융가 23 Wall Street의 JP모건 은행 앞에서 마차에 실린 폭탄이 터져 38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다친 실제 미해결 테러입니다. 이 때 발생한 사상자들 사이에서 몸을 갈아타던 줄리엣은 도중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10년을 전전합니다. 이후 1930년. 줄리엣은 베니타의 남자인 ‘로미오’를 발견합니다.

처음 줄리엣은 로미오와 이어질 것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베니타의 신변에 변화가 발생합니다.

그 변화란 1931년의 비비안 고든 사건입니다. 비비안 고든은 밤무대에서 쓰던 이름이고 본명은 베니타 프랭클린 비숍(1891~1931)으로, 경찰의 여성 함정수사 부패를 시버리 조사위원회에서 증언하려다 그해 2월 반 코틀랜드 공원에서 살해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뉴욕 시장 지미 워커의 몰락과 태머니홀의 붕괴로 이어진 실화입니다.) 그에게는 이혼한 전남편과 계모 밑에서 뉴저지 오듀본에 살던 열여섯 살 딸이 있었는데, 이름은 베니타 프레데리카 비숍(1915~1931)으로 어머니와 이름이 비슷하지만 다른 사람입니다. 딸은 어머니가 살해된 사흘 뒤 집에서 가스를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어둡고 수수하며 소년 같은 인상이었다고 신문은 전합니다. 로미오의 연인이 바로 베니타였고, 이때 줄리엣은 베니타의 몸으로 옮겨타게 됩니다. 줄리엣은 잔혹하게 죽은 베니타와 연인을 잃은 로미오를 위해 주문을 계속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하기 위해서.

줄리엣은 로미오에게도 주문을 가르쳐, 계속해서 몸을 바꾸어왔습니다. 그러나 로미오는 생각합니다. 더이상 베니타는 남아있지 않고, 100년이 지나 미제 사건의 억울함을 호소할 방법도 없어졌습니다. 그는 더이상 로미오가 아니며 그와 함께하고 있는 줄리엣도 더는 줄리엣이라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는 줄리엣을 떠나거나, 이 주문의 순환을 멈추고자 합니다. 그러나 줄리엣은 그런 일을 원하지 않습니다. 줄리엣은 자발적으로 주문을 사용하지 않을 로미오를 위해 묘약을 만들고자 합니다.

줄리엣이 몸을 옮기는 원리는 정신 교환과 정신 이전 주문을 근거로 합니다. 정신 교환은 대상과 아는 사이이고 대상이 술자를 사랑하거나 강한 호감을 가져야만 성립하며, 동의 없는 강탈은 훨씬 큰 대가를 요구합니다. 100년을 살며 이 조건을 채우기가 점점 어려워지자, 줄리엣은 주문을 약으로 개조했습니다. 약을 먹고도 영혼이 부서지지 않고 살아남는 사람이 있다면 아무도 죽이지 않고 정신을 나눌 수 있으리라는 것이 그의 논리였고, 그렇게 만든 것이 ‘베로나의 묘약’입니다. 그러나 희석한 주문이라 성공 확률은 백에 하나 정도로 극히 낮습니다. 실패하면 영혼은 흩어지고 몸은 가사 상태로 남습니다. 근래 약을 마시고 쓰러진 사람들이 바로 그 실패의 결과입니다. 영혼이 완전히 흩어진 사람은 껍데기만 남아 명령에만 반응하게 되지만, 아직 흩어지는 중인 사람은 병원에 가사 상태로 누워 있으며, 약이 이미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한 탓에 역설적으로 완전히 파괴되지 않은 사람이 많아 제대로 치료받으면 대부분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